문제 정의
Arichain은 기존 레이어1 블록체인의 파편화·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프로젝트였습니다. Arichain은 2025년 시작된 신생 프로젝트였고,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어떤 이미지로 보여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 자체가 정의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 프로젝트의 로드맵에 따라, 레이어1 블록체인에서 AI 에이전트 네트워크로 방향이 바뀌면서, 새로운 포지셔닝을 선언해야 했습니다. 단순히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가 무엇인가"를 시각 언어로 정의하는 것이 출발점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로드맵 변화에 맞춰 두 차례의 리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디자인 전략
1차 리브랜딩 — 비전을 감성으로

첫 번째 과제는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Arichain이 복잡한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유저를 가이드하는 존재라는 비전을 시각화하기 위해, <Arichain = 빛>이라는 메타포를 설정했습니다. 스크롤을 따라오는 빛, 2D에서 3D로 전환되는 웹 인터랙션으로 블록체인 생태계의 빛, 유저를 위한 빛이라는 메시지를 경험으로 번역했습니다. 기존 블록체인 문법 안에 있되, 그 안에서 새로운 감성을 제시하는 접근이었습니다.

다만 1차에서는 신생팀에 신입 프론트엔드가 합류한 상황이었습니다. 개발 난이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비주얼 구현에 집중한 탓에, 디자인 전략과 구현 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전환점
AI 에이전트 로드맵 피벗과 국내 블록체인 업계의 최대 행사인 KBW2025(코리아 블록체인 위크)를 맞아, 업계 관계자들에게 인프라 측면에서 접근하는 믿을 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이미지 각인이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감성적 비전만으로는 B2B 파트너십과 업계 포지셔닝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비전 위주의 Web3 문법 안에서 탈피하기로 했습니다.
2차 리브랜딩 — 비전을 논리로

B2B SaaS 제품들을 벤치마킹했습니다. 여기서 발견한 라인 중심의 그리드 시스템이 신뢰도와 구조적 안정감을 주는 핵심 트렌드임을 파악했고, 이를 Arichain의 테크니컬한 정체성에 맞게 재해석했습니다. Arichain = 레이어(Layer)라는 메타포로, 파편화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구조를 시각화했습니다. 차가운 Raw Tech 느낌을 지양하고 노이즈 질감과 차분한 컬러 팔레트를 적용해 기술적 신뢰감 안에 유저 친화적인 감성을 더했습니다.

1차의 개발 의존 문제는 이번에 직접 해결했습니다. 노코드 툴로 전체 사이트를 직접 구현했고, 메인 영상만 외주로 제작했습니다. KBW2025 기간에 맞춰 전략적으로 동시 릴리즈했습니다.

결과
1차 리브랜딩 (6/9–9/22, 106일)
평균 참여 시간 87초. 소수의 고관여 유저가 사이트를 깊이 탐색했습니다. 트윗 조회수 38만, 좋아요 2.5만으로 커뮤니티 내 신뢰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아이덴티티가 없던 프로젝트가 커뮤니티 내에서 인식되기 시작한 단계였습니다.
2차 리브랜딩 (9/23–11/5, 44일)
KBW2025 기간에 맞춰 전략적으로 릴리즈한 결과, 일평균 신규 유저가 1차 리브랜딩 대비 39배 증가했습니다. 트윗 조회수는 리트윗 수가 동일했음에도 2배로 늘었습니다. 같은 확산량으로 더 많이 노출됐다는 것은 KBW 기간 업계 관계자들에게 닿았다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Web3 프로젝트 전용 링크 플랫폼인 link3.to를 통한 신규 유입 2,229명으로 블록체인 생태계 내 새로운 채널도 개척했습니다.
회고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과 런칭까지 전 과정을 혼자 담당했습니다. 외부 개발 의존도를 없애면서 디자인 의도를 100% 반영할 수 있었고, 수정과 배포 사이클도 빠르게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특성상 디자인에 민감한 업계입니다. 트위터 커뮤니티와 KBW 현장에서 업계 관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수치만큼이나 유의미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회사 사정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되었으나, 웹사이트는 프로덕트의 예고편 용도로 설계됐고, 실제 기능 오픈이 다음 단계였습니다. 그 예고편만으로 39배 성장과 203개국 유입이라는 결과를 만든 만큼, 프로덕트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